작년 말, 한 대형 백화점의 잡화 MD가 월간 매입 품의서 237건을 단 하루에 처리했다. 평소 2주가 걸리던 작업이다. 그가 사용한 도구는 엑셀이 아니라, 사내에 배포된 GPT-4o 기반 내부 에이전트였다. 그리고 한 달 뒤, 같은 팀 MD 2명이 권고사직 통보를 받았다. 업계에서 돌던 “AI가 MD를 대체한다”는 괴담이 실제 숫자로 나타난 첫 사례였다.
하지만 현장을 취재하면서 발견한 진짜 이야기는 정반대였다. 해고된 건 “AI를 안 쓴 MD”였고, 살아남은 건 “AI에게 지시하는 법을 익힌 MD”였다. B2B 유통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자동화의 실체, 그리고 30년 넘게 사람 손으로만 돌아가던 백화점 MD 업무가 어떻게 재편되고 있는지 현장 기반으로 정리했다.
백화점 MD 업무 — 어디까지 자동화가 들어왔나
백화점 MD(Merchandiser) 업무는 일반 소비자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반복적이고 문서 집약적이다. 상품 매입 품의서, 매장 로테이션 기획서, 시즌별 브랜드 MD 제안서, 경쟁사 벤치마킹 리포트, 주간 매출 분석 등 주 업무의 60% 이상이 문서 작성과 데이터 취합이다. 그리고 이 영역이 AI에게 가장 먼저 넘어간 구간이다.

현대·신세계·롯데 3사 모두 2025년을 기점으로 내부 AI 에이전트 플랫폼을 가동했다. 특히 매입 품의서 자동 작성, 경쟁사 가격 모니터링 리포트, 브랜드 실적 PPT 초안 생성 구간은 이미 표준 업무로 자리잡았다. 아래는 현장 MD 인터뷰를 기반으로 정리한 자동화 진입 현황이다.
[이미지 placeholder 1: 백화점 MD 사무실 — 모니터 3대 앞에서 AI 대시보드와 매출 데이터를 동시에 보는 MD]
주목할 점은 바이어 협상 구간의 자동화율이 7%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문서와 숫자는 AI가 처리하지만, 사람과 사람이 마주앉아 마진율을 깎고 입점 조건을 조율하는 영역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이다. 이것이 뒤에서 다룰 “AI 시대 MD의 생존 전략”의 핵심 단서다.
자동화 범위 전수조사 — 무엇이 넘어갔고 무엇이 남았나
현장 MD 인터뷰를 종합하면, 자동화는 3개 레이어로 구분된다. 1차는 문서 생성 자동화, 2차는 의사결정 지원 자동화, 3차는 실행 자동화다. 현재 대부분의 대형 유통사는 1차를 완성했고 2차를 테스트 중이다.

| 업무 레이어 | 자동화 범위 | 도입률 | 실무 성숙도 |
|---|---|---|---|
| 문서 생성 | 품의서, 리포트, PPT, 이메일 초안 | 92% | 상용화 완료 |
| 데이터 분석 | 매출·재고·경쟁사 가격 추이 | 78% | 안정화 단계 |
| 의사결정 지원 | 발주량 추천, 가격 시뮬레이션 | 41% | PoC 단계 |
| 협상·매입 실행 | 자동 견적 요청, 계약서 초안 | 18% | 실험 단계 |
| 브랜드 발굴 | 신규 브랜드 스카우팅·MD 기획 | 6% | 사람 중심 |
이 표의 핵심은 “자동화율이 낮을수록 연봉이 높다”는 역설이다. 상위 MD일수록 문서 작업에 들이던 시간을 AI에게 넘기고, 브랜드 발굴과 바이어 협상에 집중한다. 반대로 문서 작업이 주 업무였던 주니어 MD와 보조 MD는 구조조정 1순위가 됐다.
기존 MD 도구 vs AI 에이전트 — 실무 비교
5년 전까지 MD의 주력 도구는 엑셀, 파워포인트, ERP, SAP BW였다. 지금은 여기에 AI 에이전트 레이어가 위에 얹혔다. 단순히 “엑셀 매크로가 좀 좋아진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자연어로 지시하면 SQL을 짜서 BW에서 데이터를 뽑고, 피벗 분석 후 파워포인트로 뽑아준다. 실무 도구 비교는 아래와 같다.
AI 고객 인터뷰 자동화 — 100명 인터뷰를 1주일에 끝내는 워크플로우

| 기능 | 기존 방식 | AI 에이전트 방식 | 소요 시간 |
|---|---|---|---|
| 주간 매출 리포트 | BW 쿼리 → 엑셀 피벗 → PPT | 자연어 지시 1문장 | 4시간 → 12분 |
| 경쟁사 가격 모니터링 | 수동 크롤링 또는 외주 리서치 | 스케줄링된 에이전트 자동 수집 | 2일 → 실시간 |
| 매입 품의서 작성 | 템플릿 복붙 + 수기 입력 | 브랜드명·수량만 입력하면 자동완성 | 90분 → 5분 |
| 브랜드 제안 PPT | 디자인팀 협업 2주 | AI 초안 → 디자인팀 마감만 | 2주 → 3일 |
| 해외 브랜드 리서치 | 외신·전시회 출장 | 에이전트가 SNS·블로그 추적 | 출장 1회 → 일 단위 |
[이미지 placeholder 2: AI 에이전트 대시보드 UI 스크린샷 개념도 — 자연어 입력창과 자동 생성된 리포트]
주목할 대목은 “시간이 줄어든 만큼 일이 줄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현장 MD들은 “예전에는 주간 리포트 1개 쓰던 시간에, 지금은 리포트 5개를 쓰고 그중 가장 인사이트가 좋은 걸 경영진에게 제출한다”고 말한다. AI는 일을 없애는 게 아니라, 같은 시간에 요구되는 산출물의 밀도를 올린다.
성공 사례 — 신세계 SSG.COM MD팀 도입 효과
가장 공개적으로 성과가 드러난 사례는 SSG.COM의 ‘MD Copilot’ 프로젝트다. 2025년 3월 파일럿 후, 같은 해 10월 MD 전원에게 배포됐다. 공식 발표된 도입 지표는 다음과 같다.
| 성공 지표 | 도입 전 | 도입 6개월 후 | 개선율 |
|---|---|---|---|
| MD 1인 월평균 품의 건수 | 42건 | 118건 | +181% |
| 신규 브랜드 입점 수 | 연 87개 | 연 142개 | +63% |
| 리포트 작성 야근 시간 | 주 14시간 | 주 3시간 | -79% |
| 카테고리 매출 GMV | 기준 100 | 124 | +24% |
| MD 이직률 | 연 21% | 연 9% | -57% |
흥미로운 지표는 이직률이 오히려 떨어졌다는 점이다. AI 도입이 인력 감축으로만 이어진다는 통념과 달리, 반복 문서 업무에서 해방된 MD들의 직무 만족도가 상승했다. 다만 이는 “AI에 적응한” MD 한정이다. 같은 기간 적응하지 못한 MD 13명은 팀 재배치되거나 퇴사했다.
단점과 리스크 — 아직 AI가 못 하는 것
B2B 유통 AI 자동화는 장밋빛만 있는 게 아니다. 현장 MD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2가지 치명적 한계를 짚어야 한다.
Canva AI vs Figma AI vs Adobe Express — 1인 브랜드 디자인 도구 실전 비교
첫 번째, 공급망 블랙박스 문제다. AI는 데이터로 드러난 정보만 분석한다. 그러나 실제 매입 협상에서는 “이 브랜드 대표가 다음 시즌에 공장을 베트남으로 옮긴다더라” 같은 비공식 정보가 결정적이다. 전시회 뒤풀이, 업계 술자리, 10년 거래 바이어의 귀띔 — 이런 암묵지(tacit knowledge)는 AI가 접근할 수 없다. 오직 데이터로만 의사결정하면 공급망 리스크를 뒤늦게 발견한다. 실제로 2025년 한 대형 유통사는 AI 추천으로 대량 매입한 중국 잡화 브랜드가 미국 관세 제재에 걸려 48억 원 재고 손실을 봤다. 데이터상으로는 최적 발주였다.
두 번째, 감정 의사결정 부재다. 백화점 MD 업무는 사실 “감(感)”의 영역이 크다. “이 브랜드는 숫자로는 부진하지만 고객 충성도가 살아있다”, “이 신인 디자이너는 지금 입점시켜야 3년 뒤 대박난다” — AI는 이런 비선형적 직관 판단을 못한다. 모든 결정을 AI에 맡기면 포트폴리오가 보수화되고, 브랜드 구성이 획일화된다. 현장 MD 한 명은 “AI 추천대로만 하면 우리 매장이 쿠팡이랑 뭐가 다르냐”고 토로했다. 실제로 AI 의존도가 높은 팀의 신규 브랜드 실패율이 오히려 23% 상승한 내부 데이터도 있다. 숫자로 검증 안 된 브랜드를 AI가 아예 추천 리스트에서 제외하기 때문이다.
기타 실무 단점도 정리해두자. 컨텍스트 윈도우 초과로 대형 카테고리 분석 시 일부 데이터 누락 가능성, 할루시네이션 위험으로 경쟁사 가격이나 브랜드 정보를 잘못 생성하는 사례, 내부 보안 정책으로 민감 데이터를 외부 LLM에 전송 못하는 제약, 초기 구축 비용 3~8억 원대 부담 등이 있다.
[이미지 placeholder 3: MD와 바이어가 대면 미팅하는 장면 — AI가 대체 못하는 협상 현장]
AI 시대 B2B MD의 생존 전략 — 현장 조언
인터뷰에 응한 경력 10년 이상 MD 8명이 공통으로 꼽은 “살아남는 MD의 3가지 습관”이 있다.
AI 고객 응대 자동화 — Claude API로 이메일 자동 분류·답변하기
첫째, AI 에이전트를 도구가 아닌 부하직원으로 다룬다. 명령어 한 줄로 끝나는 지시가 아니라, 역할·맥락·제약·출력 포맷을 구조화한 프롬프트를 쓴다. “올해 잡화 매출 보여줘”가 아니라 “20~30대 여성 타겟 잡화 카테고리 중, 최근 12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 이상 하락한 브랜드를 부진 사유 가설과 함께 10개 뽑아줘”다.
둘째, 문서 작성 시간을 협상·발굴 시간으로 재투자한다. AI로 아낀 시간을 퇴근에 쓰는 MD가 아니라, 바이어 대면 시간·신규 브랜드 탐색·현장 방문에 쓰는 MD가 승진한다. 회사가 AI를 도입한 이유는 야근 줄이려는 게 아니라, 고부가 업무에 시간을 투입하라는 지시다.
셋째, AI가 못하는 영역을 전문화한다. 협상, 브랜드 발굴, 업계 네트워킹, 법적 리스크 판단 — 이 중 2개 이상에서 “팀 내 최고”가 되는 전략이다. 범용 문서 작업 MD는 대체되고, 전문 영역을 가진 MD는 오히려 몸값이 올라간다. 실제로 2025년 이후 백화점 MD 채용공고에서 “AI 활용 역량”과 “바이어 협상 실적”은 필수 요건으로 자리잡았다.
향후 3년 전망 — 어디까지 갈까
B2B 유통 AI 자동화의 다음 단계는 “에이전트 간 협업”이다. 현재는 MD가 AI를 호출하는 방식이지만, 2027년경에는 매입 에이전트·가격 모니터링 에이전트·재고 예측 에이전트가 서로 대화하며 MD에게 의사결정만 요청하는 구조가 된다. 이미 쿠팡 내부에서는 이런 멀티 에이전트 시스템 PoC가 돌아간다.
또 한 가지는 “공급사-유통사 AI 직통 연결”이다. 현대백화점과 일부 브랜드 간에 API 기반 자동 발주 시스템이 시범 운영 중이다. 발주·견적·계약 프로세스가 AI 간 협의로 완결되면, MD의 역할은 “기획자·협상가”로 완전히 재정의된다. 문서 담당자가 아니라 전략 담당자로.
결국 B2B 유통 AI 자동화는 MD라는 직업을 없애는 게 아니라, MD의 정의를 바꾸는 중이다. 10년 차 MD가 “내가 해온 일의 70%가 AI 업무가 됐다”고 말하는 시대. 그러나 나머지 30%가 연봉의 90%를 결정하는 시대이기도 하다. AI는 MD를 대체하지 않는다. AI를 쓰는 MD가 AI를 안 쓰는 MD를 대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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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FAQ)
Q1. AI가 MD 업무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나요?
현재 기술 수준에서는 불가능합니다. 문서·분석 영역은 자동화됐지만, 바이어 협상·브랜드 발굴·공급망 암묵지 영역은 여전히 사람의 영역입니다. 자동화율이 7%에 불과한 협상 구간이 MD 업무의 핵심 가치로 재정의되고 있습니다.
Q2. AI 도입으로 MD 인원이 줄어드나요?
사례에 따라 다릅니다. SSG.COM은 이직률이 57% 감소했지만, 일부 유통사는 주니어 MD 15~20%를 감축했습니다. 핵심은 “AI를 활용하는 MD는 보호받고, 문서 작업만 하던 MD는 대체된다”는 점입니다.
Q3. 소규모 유통사도 AI 에이전트 도입이 가능한가요?
가능합니다. 대기업처럼 3~8억 원 자체 구축이 아니라, 상용 SaaS(ChatGPT Team, Claude for Work, Notion AI 등)로 월 수십만 원대 시작이 현실적입니다. 단, 내부 데이터 보안 정책을 먼저 정립해야 합니다.
Q4. MD 지망생은 어떤 역량을 준비해야 하나요?
전통적 MD 스킬(상품 감각·협상·엑셀)에 더해 프롬프트 엔지니어링·데이터 리터러시·SQL 기초가 필수로 올라왔습니다. 특히 AI에게 맥락 있는 지시를 내리는 능력은 이제 면접 필수 질문입니다.
마치며
백화점 MD 사무실을 다시 떠올려본다. 모니터 3대에 AI 대시보드가 돌아가고, MD는 바이어와 화상 미팅을 한다. 10년 전 풍경과 비교하면 SF에 가깝지만, 2026년의 평범한 일상이다. 기술은 직업을 빼앗지 않는다. 직업의 형태를 바꿀 뿐이다. 그리고 이 변화를 거부하는 사람만 빼앗긴다. 지금 B2B 유통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은, 향후 다른 모든 화이트칼라 직군에서 반복될 예고편이다. 우리가 이 글을 지금 쓰는 이유다.
제조업체를 위한 AI 품질 관리 — 현장에서 쓰는 비전 AI 도입 가이드
저자 소개
MakeMonLab 편집부 — 30년 넘는 온라인·AI 분야 현장 경험을 기반으로 중소 사업자와 1인 창업자를 위한 실전 전략을 연구·검증합니다. 바이브 코딩, AI 자동화, 수익 퍼널 설계를 직접 구현하며 글을 씁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덧붙이자면, B2B 유통 AI 자동화의 진짜 승자는 대형 유통사가 아니라 중소 유통사와 1인 바이어가 될 가능성이 크다. 대기업은 내부 보안·전산 규정 때문에 외부 LLM 사용이 제한되지만, 중소 규모는 상용 SaaS를 자유롭게 조합해 대기업과 비슷한 업무 밀도를 낼 수 있다. 10년 전 엑셀 잘 다루는 개인이 SAP 쓰는 대기업 담당자보다 빠르다던 역설이 AI 시대에 다시 반복된다. 기술 접근성의 하향 평준화가 오히려 작은 조직에게 기회를 만든다. 지금 B2B 유통에 진입하는 신규 플레이어에게, AI는 대기업과의 격차를 2~3년 안에 좁힐 수 있는 유일한 치트키다. 진입 타이밍이 지금인 이유, 이것이다.
추가로 현장 MD들이 실무에서 가장 많이 쓰는 AI 프롬프트 패턴 3가지를 공유한다. 첫째, 역할 고정 프롬프트 — “너는 신세계백화점 잡화 카테고리 10년 차 MD다”로 시작하는 방식. 맥락이 고정되면 출력 품질이 눈에 띄게 올라간다. 둘째, 반례 요청 프롬프트 — “이 판단의 반대 의견과 잠재 리스크 5가지를 제시해줘”로 AI의 긍정 편향을 상쇄한다. 셋째, 단계별 분해 프롬프트 — 복잡한 리포트를 단일 지시로 뽑지 않고, 데이터 추출·분석·인사이트·결론 4단계로 쪼개서 요청한다. 이 3가지 패턴만 익혀도 AI 결과물의 품질은 평균 2배 이상 개선된다. AI 리터러시는 결국 “좋은 질문을 하는 능력”이고, 이것이 새로운 시대 B2B MD의 핵심 역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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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 [한국인터넷진흥원](https://www.kisa.or.kr)
– [위키백과](https://ko.wikipedia.org/wiki/AI가_바꾸는_B2B_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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