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하면 성공할 줄 알았다. 아니, 적어도 먹고살 정도는 될 줄 알았다. 첫 번째 가게 문 닫을 때는 “운이 나빴다”고 생각했고, 두 번째 실패에서는 “시장을 잘못 봤다”고 자위했다. 세 번째 폐업 신고서에 도장 찍을 때는 솔직히 아무 생각이 없었다.
이건 김태호(가명) 씨의 이야기다. 현재 서울 마포구에서 월 매출 4,500만 원의 음식점을 운영 중인 그가 이 자리에 오기까지, 정확히 7년이 걸렸다.
첫 번째 실패: 트렌드를 쫓은 대가
2019년, 김 씨는 대학 졸업 후 보증금 3,000만 원에 홍대 인근에 디저트 카페를 열었다. 당시 마카롱과 크로플이 대유행이었거든요. 인스타그램에서 예쁜 카페 사진이 매일 올라오던 때였고, “나도 저거 하면 되겠다” 싶었다고 해요.
문제는 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너무 많았다는 거죠. 반경 500m 안에 비슷한 디저트 카페가 8개. 차별화 포인트 없이 뛰어들었으니 결과는 뻔했어요. 6개월 버티다 월세 밀리기 시작했고, 10개월 만에 폐업. 손실액 약 4,200만 원.
두 번째 실패: 원가 계산의 함정
1년 정도 배달 라이더로 자금을 모은 뒤, 2021년에 배달 전문 치킨집을 차렸다. 코로나 시기라 배달 수요가 폭발하던 때였으니까요. 이번에는 트렌드가 아니라 “확실한 수요”를 봤다고 생각했대요.
매출은 괜찮았어요. 월 2,000만 원 정도. 근데 남는 게 없었다. 배달 플랫폼 수수료 15~20%, 포장 용기비, 치킨 원재료비 상승, 광고비까지 합치면 순이익률이 5%도 안 됐거든요. 한 달에 80만 원 남기려고 하루 14시간 일하는 상황.
결국 체력이 먼저 무너졌다. 허리디스크 수술까지 받고, 1년 3개월 만에 두 번째 폐업. 이번 손실은 2,800만 원.
세 번째 실패: 파트너 리스크
세 번째는 동업이었다. 지인과 합자해서 2023년에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를 열었어요. 인건비 부담 없고, 트렌드도 맞고, 이번에야말로 될 거라 확신했다고 합니다.
초반 3개월은 실제로 잘 됐어요. 월 순이익 300만 원 정도. 근데 동업자가 매출을 빼돌리고 있었다는 걸 5개월차에 알게 됐죠. CCTV 확인해보니 현금 매출 일부를 자기 계좌로 이체하고 있었던 거예요. 법적 분쟁까지 가면서 정신적으로 완전히 무너졌대요.
가게 정리하고 남은 빚 1,500만 원. 3번의 실패로 총 누적 손실 약 8,500만 원.
바닥에서 발견한 전환점
2024년 초, 김 씨는 신용등급 6등급에 알바 3개를 뛰면서 빚을 갚고 있었어요. 그러다 배달 라이더 시절 단골이었던 국밥집 사장님을 우연히 만났는데, 그 분이 한 마디를 했대요.
“자네는 매번 남의 아이템을 했잖아. 자기가 진짜 잘하는 게 뭔지 생각해본 적 있어?”
그 질문이 머리를 때렸다고 해요. 돌이켜보면 3번 다 남들이 잘 된다고 하는 걸 따라 한 거였거든요. 정작 자기가 뭘 잘하는지는 한 번도 진지하게 고민 안 했던 겁니다.
네 번째 도전: 작게, 그리고 자기 것으로
김 씨가 유일하게 자신 있던 건 요리였어요. 특히 어머니에게 배운 집밥 스타일의 찌개와 반찬. 이번에는 완전히 다른 전략으로 갔습니다.
첫째, 초기 투자를 극단적으로 줄였어요. 보증금 500만 원짜리 반지하 매장, 중고 주방기기, 테이블 4개. 인테리어비 거의 제로. 총 초기 투자 1,200만 원. 이전 가게들의 3분의 1 수준이에요.
둘째, 메뉴를 3개로 제한했어요. 김치찌개, 된장찌개, 제육볶음. 끝. 메뉴가 적으니 식자재 로스가 거의 없고, 원가율을 28%까지 낮출 수 있었대요.
셋째, 동업 없이 혼자 시작했어요. 아침에 혼자 재료 준비하고, 점심·저녁 장사하고, 밤에 정리. 처음 6개월은 직원 한 명도 안 뒀어요.
매출 곡선이 바뀐 순간
오픈 첫 달 매출 800만 원. 둘째 달 1,100만 원. 셋째 달부터 단골이 생기기 시작했고, 네이버 리뷰에 “집밥 맛”이라는 키워드가 반복적으로 올라왔어요. 6개월차에 월 매출 2,500만 원 돌파.
2025년 초에 바로 옆 공간이 비어서 확장했고, 직원 2명을 채용. 현재 2026년 기준 월 매출 4,500만 원, 순이익률 22%로 월 순수익 약 990만 원. 3번의 실패에서 쌓은 빚도 전부 청산했다고 합니다.
3번의 실패가 남긴 교훈
김 씨에게 “다시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해줄 말이 있냐”고 물었을 때, 이렇게 답하더라고요.
“실패를 안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같은 실패를 반복 안 하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저는 첫 번째에서 트렌드 추종의 위험을 배웠고, 두 번째에서 원가 구조의 중요성을 배웠고, 세 번째에서 사람 리스크를 배웠어요. 네 번째는 그 세 가지를 전부 피한 거예요.”
지금 사업 실패로 힘든 분들에게 이 이야기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3번 넘어져도 4번째 일어설 수 있다는 건, 적어도 김태호 씨가 직접 증명한 사실이니까요.



